#1. 감상하기


                                                     백수광부(미상)

公無渡河 (공무도하)   
公竟渡河 (공경도하)  
墮河而死 (타하이사)   
當奈公何 (당내공하)  


저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 가신임을 어이할꼬 (정병옥)

   

그대 건너지 마오 / 그대 그예 건너네. / 물에 빠져 죽으니 / 이제 그대 어이하리. (전광용)


그대여 물을 건너지 마오. / 그대여 그예 물을 건너다가 /  물에 빠져 죽어지면, / 장차 그대는 어찌하리오. (박성의)



번역 도움

        • 河(하) : 물

        • 竟(경) : 마침내, 끝내

        • 墮(타) : 휩쓸리다, 떨어지다

        • 而(이) : 어조사 이. 여기서는 접속사로서 '그리하여'의 뜻

        • 公(공) : 여기서는 남편, 곧 백수광부를 이르는 말. 그대, 당신, 임

        • 無(무) : 여기서는 금지사(禁止辭)로서의 뜻. ∼하지 말라.

        • 竟(경) : 마침내. 기어코. 드디어. 그예, 끝내

        • 墮河(타하) : 물에 휩쓸리다. 여기서는 '물에 떨어지다'로 풀이하지 말 .것

        • 而(이) : 順接(순접)의 접속사, 그리하여

        • 當(당) : 마땅히, 이제      

        • 奈∼何(내∼하) : ∼을/를 어찌하는가. ∼을/를 어찌할 것인가.

        • 奈(내) : 어찌

        • 何(하) : 어찌

        •  奈公何(내공하) : (돌아가신) 임을 어찌할 것인가. (돌아가신) 임을 어찌할꼬. 



 #2. 내용 정리

 공후인은 우리나라 문헌이 아닌 중국 문헌 고금주에  기록된 시이다. 따라서 학자들 사이에선 이것을 우리나라 노래로 봐도 되는지 논쟁이 있었으나 우리나라 노래가 널리 전파되어 중국에 기록된 것이라 보낸 견해가 지배적이다. 고금주에 기록된 노래의 배경설화는 다음과 같다.


 공후인은 조선(朝鮮) 진졸(津卒) 곽리자고(涇里子高) 아내 여옥(麗玉) 지은 것이다. 자고(子高)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호리병을 들고 어지러이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외치며 막았으나, 다다르기도 전에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謙隸) 타며공무도하(公無渡河)’ 노래를 지으니, 소리는 심히 구슬펐다. 그의 아내는 노래가 끝나자 스스로 몸을 물에 던져 죽었다.

 자고가 돌아와 아내 여옥(麗玉)에게 광경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들려주니, 여옥이 슬퍼하며, 공후로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자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옥은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麗容)에게 전하니 일컬어 공후인이라 한다.


#3. 이해와 감상

공무도하가는 크게  두 부부를 주(酒)신과 악(樂)신으로 보는 견해, 노래 자체를 임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애절한 노래로 보고 우리 문학 저변의 흐르는 전통적인 한을 볼 수 있다는 견해, 당시 순장 풍습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1) 악신과 주신의 견해

 물속으로 뛰어든 남자(백수광부)가 단지를 안고 물에 뛰어들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드는 그를 생사를 초월한 인물로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그의 부인 또한 생사를 초월한 존재이고, 음악의 신으로 보는 견해이다. 강에 뛰어든 남편을 보고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따라 강에 뛰어드는 여인의 이야기를  초월적 존재로 인식하고 이를 신화로 보는 견해는 나름 재미가 있다. 죽음에 대하여 초월적 태도를 지닌 주인공들을 신으로 보는건 좋다. 하지만 다른 내용이나 이야기 거리가 없기 때문에 신격화를 한다고 해도 별 다른 내용이나 의의가 생기지 않는다. 단순히 우리나라 이야기를 그리스나 희랍의 신화처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 정도로 보인다.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처럼 바위에 올라타니 바위가 움직이고, 세오녀가 없어지니 해가 없어져 버려서 그녀가 준 천에게 제사를 지내자 다시 해가 떴다는 이야기처럼. 술과 음악의 신이니 풍요를 기원하는 정도의 의미가 좋겠고,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그 강에 가 공후와 함께 제를 올리니, 가뭄이 들면 거짓말처럼 비가 내려왔고 흉작이 들면 큰 바람이 불어 곡식을 비옥하게 해 주었다 정도? 참고로 장덕순 교수는 물에 뛰어든 백수광부의 행동은 황홀경에 든 신, 또는 무당의 행동이며, 이 행동은 강물에 뛰어들어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권농을 확인하는 의식의 하나라고 보기도 한다.


대체로 문학교과서에서는 이 노래의 주제를 임을 여읜 슬픔, 임과의 사별로 인한 슬픔 등으로 보는 선에서 끝내지만 최초이자 유일한 고조선 시기의 노래이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 속에서 공무도하가에 의의를 더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꽤나 있다. 초월적 존재에 다른 견해로서, 공(公)이라는 호칭에 주목하는 견해가 있다. 평범한 백성에(公)을 붙이기는 어색하기도 하고 당시 공(公)의 호칭은 임금, 주군, 제후의 호칭이므로 백수광부 또한 이러한 위치에 있었던 인물로 보는 것이다. 강에 뛰어든 행위는 전쟁에 뛰어드는 것처럼 죽음을 초월한 행위이고, 전쟁과 같은 초월적 죽음 사건 이후 강에서 공을 추모하기 위해 부른 노래라는 설도 있다.


2) 임을 잃은 슬픔의 노래, 초월적 사랑

 이 견해가 가장 무난하다. 도대체 왜 백수광부는 물에 뛰어들었고, 여인은 공후를 연주하고 같이 물에 뛰어 들었을까? 이 부분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상상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고 추가적인 해석을 더 하자면 절대적으로 이별을 거부하는 노래 정도로 보면 되겠다. 강을 매개로 하여 죽음까지도 초월한 강렬한 애정의 노래 정도?


 3) 한국 문학의 한의 흐름안에 있다는 견해

 공무도하가는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첫 번째의 여성의 노래이기 때문에 이 노래를 뒤이어 이어지는 한국 문학의 궤와 함께 보는 견해이다. 즉 공무도하가는 한국의 여심을 노래한 첫번째의 작품이며 오직 님 만을 따르는 정렬의 여인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 논지대로라면 유교적 실천윤리에서 말하는 열녀의 교훈이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의 여성은 선천적으로 정렬의 지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여인도 따라 죽어야 한다는 사상이 있다는 견해인 것이다. 이 논지는 서경별곡이나 가시리, 아리랑에서 보이는 임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의존적이고 기다리는 여성의 이미지를 한 이라는 정서로 표현한 것인데, 일단 한국문학의 한의 정서라는 개념 자체가 식민사관 아래에서 생겨난 견해라 더 들어볼 가치도 없고, 쌍화점이나 만전춘의 여성화자처럼 한과 거리가 먼 화자들이 많이 있기에 이 견해를 적용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이 견해 대로라면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문학에서 정렬의 여심의 싹이 있었고 이러한 사상이 시대를 거쳐 한 많은 여성의 노래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래를 절대적인 사랑 정도로 보는 것에서 끝내야지, 한 이라는 매개로 한국문학 역사에 궤를 함께 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4) 당시 순장 풍습과 연결시키는 견해

이 견해는 이 노래를 당시 순장의 풍습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순장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신라 지중왕 때이고, 그 전까지는 고구려나 부여, 가야등의 무덤에서 순장으로 보이는 유적들이 꽤나 있다. 고조선 시기에 순장이나 남편이 죽으면 부인도 따라 죽는다와 같은 기록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 순장 풍습과 연관지어서 그 모습을 표현한 노래라고 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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