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요?'

우리는 종종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에 대한 질문에 두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 첫째로 나 스스로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경우. 또 다른 경우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 내려지고 있는 경우이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는 단순하지만 답변하기 어려운 이 문제를 세 남자와 연관된 한 여자의 이야기로 수다처럼 유쾌하게 표현한 영화이다.

 

 

 

는 말이지..

  영화를 공부하는 주인공 선희(정유미)는 졸업 후 버겁기만 한 작업 때문에 미국 유학을 결심 한다. 그리고 학교에 찾아가서 스승인 동현(김상중)과 항상 선배로 따랐던 재학(정재영), 옛 남자 친구였지만 영화감독으로 먼저 데뷔를 한 문수(이선균)를 만나게 된다. 1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유학을 간다고 고백하는 선희에 대하여 모두 놀라워 한다. 하지만 선희와 만나는 세 남자들은 하나같이 선희의 말을 듣고 그 가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먼저 선희의 유학을 말리기부터하며 장황하게 충고를 시작하는데..

 

 

 

 

다른 태도, 같은 대답

 이들 세 남자는 선희와 각각 다른 관계를 맺고 있지만 선희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선희는 말이지.. 착하고 내성적이지만 머리가 좋고 안목이 있어." 그리고 끝이다. 세 남자 모두 선희에 대하여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며 다가서지만 그들에겐 선희란 위와 같은 뻔한 사람일 뿐이다. 그 누구도 선희가 어떤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지, 왜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어하는 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단칼에 선희의 유학을 막아설 뿐. 그들은 왜 선희에 대하여 뻔하게 정의내리고 판단하는 것일까? 각기 선희와 다른 관계를 맺고있지만 모두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답을 보이는 세 남자들. 이 영화의 숨겨진 재미이다.

 

 

 

같은 대답, 다른 태도

 선희의 유학을 막아서는 그들의 태도 또한 일관된다. '사람은 깊게, 깊고, 또 깊게, 파야지 자신을 알 수 있다. 유학은 그저 도망가는 것 뿐이다.' 모두 같은 대답으로 선희를 막아서지만 동현에게는 확고한 유학의 뜻을 비추어 추천서를 고쳐쓰게끔 하게 하고, 문수에게는 '넌 신경 끄라는 둥'의 쌀쌀한 반응을 보이지만 재학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며 그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 이런 선희의 모습은 심하게 모순되어 보인다. '아' 다르고 '어'다른 것도 아닌데 유사한 태도와 언어로 말을 하지만 각기 다르게 받아들이는 선희. 선희는 무엇 때문에 똑같은 대답에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들은 왜 선희를 막아서는 비유까지 비슷한 것일까.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이다.

 

 

 

 

우리는 사람을 알고 설명하기 위하여 그 사람은 ~사람이야. 라고 하는 정의내리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또 누가 말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같은 말을 어떤 사람이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관계와 언어에서 오는 모순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 홍상수 감독의 영화 <우리 선희>. 가볍게 웃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우리 선희>였다.

 

 

 


우리 선희 (2013)

Our Sunhi 
7.1
감독
홍상수
출연
정유미, 이선균, 김상중, 정재영, 예지원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88 분 | 2013-09-12
글쓴이 평점  

 

날짜

2013. 10. 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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