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이들을 위한 심리 치료 연극 새장.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레 심리치료 연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봤다.
좋았다. 이 연극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소통의 부재.
원하는 목적이 다르기에 그들의 대화는 힘겹다.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라는 연출의 말.
소통의 부재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공연장에 들어가는 순간
 제일 먼저 외친 한마디.와 무대 완전 이쁘다.
화려하지 않다. 심플하다. 적당한 객석과 무대와의 거리. 세 면을 통해 구성되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카페의 공간. 그리고 마법과도 같은 무대 전환. 간단한 조명과 음향의 변화가 주는 새로운 세계. 원래 리뷰를 쓸 떄 좋은말만 써주긴 하지만 진짜 감탄이다. 지금까지 대학로에서 꽤 많은 공연을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새장만큼 이쁜 무대는 처음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공연에 대한 설레임을 주었고 공연 중에는 변화의 아름다움을, 공연이 끝나고는 여운을 주었다. 그 간결하고 심플한 무대의 아름다움. 너무 넓지도, 좁지도, 연극의 동선에 방해되지도 않으면서 할 건 다 할수 있는 치열하게 계산된 무대이다. 기대해도 좋다. 드라마 속의 아담한 커피집, 뉴욕 밤거리, 누군가의 집. 모든 것이 가능하다.



 

  • 새장 속 공간은 소통이 오고 가지 않는 공간.
     
      도심의 작은 카페 공간. 마감 시간이 임박한 가운데 일을 하는 두 종업원이 있다. 서빙을 하는 여자 종업원의 이름은 벨마 스패로우. 성이 참새인것 처럼 그녀는 말이 많다. 그녀가 말을 할 상대가 필요하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참새처럼 끊임없이 재잘된다. 카운터를 보는 남자의 이름은 프랭키. 벨마는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카운터를 지키는 그가 따분할까봐 걱정스럽다. 보통 카운터로 들어오면 그 따분함에 못이겨 이틀 내에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삼일 째 되는 날. 둘의 대화가 시작된다. 프랭키는 시인이다. 책을 즐겨 읽기 때문에 따분함이 괜찮다고 말하며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말한다. 벨마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사장님은 어떤 사람이고 우리 엄마는 어떤사람이고.. 우리 오빠는요.. 하며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놓는 벨마. 그녀는 얘기를 할 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하여 행복해한다. 발렌타인데이 전날. 프랭키는 이런 허름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더 멋지고 좋은곳에서 일해야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는 벨마. 그가 여자한테 인기가 많을 것 같다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 날도 추운데 우리집에서 잠깐 몸좀 녹이고 가실레요?

     
    마감을 하고, 벨마는 프랭키를 기다려 지하철역까지만 같이 가자고 한다. 둘은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지만 대화 주제는 벨마의 엄마, 오빠와 같은 벨마 주변이야기 일뿐. 프랭키의 집 근처에 도착하자 프랭키가 프랭키가 잠깐 자기 집에서 쉬고 가자고 한다. 프랭키는 벨마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자기 집으로 들여보내기를 원한다. 처음 남자의 집에 들어가보는 벨마. 두려움으로 온 몸이 긴장된다. 


  • 안돼요. 집에 엄마가 기다리세요. 들어가 봐야해요.

     
     걸어올 내내 이야기를 했던 그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서로 소통되는 것이 없다. 프랭키가 공감할 수 없는 오빠, 엄마 얘기만을 꺼내는 벨마. 그녀를 이해하고 위하는 척 하지만 그녀를 어르고 달래 빨리 자신의 집에 들여보내고자 하는 프랭키. 벨마는 걱정과 두려움 뿐이다. 항상 머릿속에 걱정밖에 없는 그녀.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탓으로 돌리며, 모든 일에 대하여 죄의식과 걱정에 갇혀 살아 상대의 생각까지 자기 멋대로 생각한다. 아빠와 오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와 둘이서만 사는 벨마. 자기 엄마는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하며 자기가 엄마의 생계를 챙기기 위하여 투잡을 뛰며 일을 한다고 한다. 벨마는 항상 엄마에게 너는 돈을 많이 벌어와야 한다. 니 남자는 내가 만나봐야 한다 등 항상 통보만을 받아오며 억눌려왔다. 그녀가 세상에 대하여 죄의식을 갖고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밖으로 표현하지 못한 벨마의 욕구와 그걸 억누루는 죄의식. 죄송해요 엄마가 기다려서 집에 들어가봐야 해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아닌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벨마. 어머니의 억압적 환경때문에 억눌려 항상 죄의식에 갇혀 사는 벨마는 처량하다.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듯 하다.



 

  • 지금 우리 집에 있던지 당장 지하철역으로 가던지 하세요.
     
     계속 두려움에 떠는 벨마가 거슬리는지 욱하는 프랭키. 낯선 공간과 남자 방이라는 호기심을 보이며 호감을 보이다가도 결국 다시 죄의식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벨마. 편하게 앉으라는 프랭키의 말에 순종한다. 프랭키는 술을 가져와 마시며 벨마와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한다. 컴퓨터로 음악을 트는 프랭키. cant take my eyes off you
    방금전까지 두려움에 떨다가 노래가 나오자 노래 제목이 뭐냐고 물으며 환하게 이야기를 하는 벨마. 금방 분위기가 좋아졌다. 벨마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잡으려는 프랭키. 분위기가 달아 올라간 순간 벨마는 도망간다.
    우리 엄마는요~ 애써 상황을 마무리지으며 엄마얘기를 꺼내는 벨마. 프랭키는 어이가 없다. 프랭키의 거친 본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시인으로 지적이고 훈남 이지만,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떄면 욕설을 내뱉으며 흥분하는 프랭키. 상대방이 어떻던 폭력으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한다.



 

  • 나 당신과 하고싶어요
     여자와의 사랑이요? 한 때 저는 결혼에까지 갈 뻔한 여자가 있었어요. 그 여자는 저하고 결혼을 원했죠. 그녀는 많은 것을 원했어요. 화려한 웨딩드레스. 결혼식, 호화스런 파티. 아들딸도 많이 낳제요. 미친거죠. 저는 당시 시를 쓰는 것이 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나 벌어먹기도 힘든데 결혼식에 애까지 많이 낳자니.. 저는 제가 돈을 벌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기다려주지 않았어요. 그 뒤로 저는 독신주의자가 되었어요. 사랑? 여자들은 웃겨. 여자를 위해 돈을 벌려고 하면 남자는 바빠지죠. 하지면 여자들은 남자가 바빠진 이유를 생각하지 않아요. 왜 자기를 안 만나 주느냐, 제 컴퓨터를 질투했죠. 질투를 느끼며 더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원하며 떠나요. 그렇게 돌고 도는거죠. 사랑은 존재할 수 없어요

    그가 벨마와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잠자리. 편하게 있으라고, 로맨틱하게 음악을 틀어주는 것 마저 프랭키의 연출처럼 보인다. 술을 마시며 오직 벨마와의 잠자리만을 생각하는 프랭키. 프랭키 또한 과거의 상처 때문에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것이다. 시를 쓰는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술과 폭력뿐. 그에게서도 소통은 없다. 강압적인 폭력뿐.



  • 새장.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무엇인가에 억눌린 기억 때문에 죄의식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자신의 상처 때문에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우리 사회, 우리 일상 주위에 늘 있다.
    새장 안에서 지줘기는 참새 한마리. 그에게는 그를 짓누르는 새장 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들어줄 사람의 생각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공감을 하건 안하건 짹짹쨱 자기 이야기를 지줘기기만 할 뿐.

    굳게 닫혀있는 새장. 새장 안의 새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듯
    자신의 상처를 꼭꼭 가둬버린 채 소통을 거부한다.
    그에겐 소통이란 새를 가두는 자신의 목적처럼 자신의 목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기.
    당신의 소통은 어떠하신가요? 억압된 틀에 갖혀 있는 새인가요 아니면 새를 가두는 새장인가요?
    연극 새장. 당신의 소통을 돌아보아주세요.


     

날짜

2011. 8. 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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