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합니다.
한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제대로 말을 해본 이가 지구상에 몇명이나 될까?
가까이 존재하지만 먼, 사랑하지만 너무 멀게 느껴지는 존재
아버지

연극 성북동 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우린 아스팔트에 밀려 쫓겨 난 비둘기.
극장에 처음 들어가는 순간 나의 한마디. 저기.. 여기 극장 맞아요?
빛 한 칸 안들어오는 지하실. 쾌쾌한 지하실 냄세, 회색 빛 아스팔트의 역겨움, 어디가 무대이도 어디가 객석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배려. 이런 곳에 내가 공연비를 내고 들어왔다니.. 같이 데리고 온 친구에게 미안했다.
성북동 비둘기의 극장은 예의없는 것들이다.
이런 곳에서 과연 공연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흔히 대학로에 갖추어져 있는 조명, 음향시설, 재대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회색 및 아스팔트 공간.  마주보는 객석. 이런 공간에서 도대체 뭘 보여줄 수 있을까? 제대로 기획인사도 하지 않고 공연을 시작하는 그들에게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배우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극을 한다.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세일즈맨의 죽음 기획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의심이 들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쳐내지 않고 그대로 공연했을 때 2시간 반 내외의 시간이 걸린듯 기억난다. 이런 곳에서 두시간 동안 공연을 한다고? 그것도 세일즈맨의 죽음을? 기가 찼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급속히 공연에 빠져들었다.
 한 남자가 걸어온다. 우리의 아버지 윌리 로우먼이다. lawman. 법을 잘 지키고 사회의 순응하며 도시에 사는 존재. 아버지는 달린다. 다람쥐가 챗바퀴에 갖혀 돌고 돌듯 그는 달릴 수밖에 없다. 고장난 냉장고를 사고, 집 할부를 갚고.. 돈을 벌기위해 그는 끊임없이 달린다.
한시간동안 달리기만 하는 윌리. 그의 땀에서 우리 아버지의 땀과 거친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고 파격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윌리를 통하여 성북동 비둘기의 실험 정신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도 한눈 팔 새 없는 빠른 전개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에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된다. 완전한 스토리가 아닌 중요 부분만을 뽑아서 빠른 전개로 푸는 속도감. 세일즈맨의 죽음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저건 뭔가 하는 난해함과 이해할 수 없는 의문감을 준다. 하지만 그들의 연극은 한순간 한순간이 극적이다. 빠른 전개로 잠시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게하고 고조된 상태 그대로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긴박함은 관객들을 푹 빠져들게 하여 잠시도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아버지. 내일 경기에서 아버지를 위하여 터치다운을 하겠어요.!
윌리의 맏아들 비프. 비프는 자신이 최고라고 말해주는 아버지 윌리를 잘 따른다. 자신의 목표인 버지니아 대학을 위하여 자신의 운동화에 버지니아 대학을 새기기까지한 비프. 그런 그에게 작은 시련이 닥친다. 수학시험에 낙제를 해서 대학진학에 문제가 생긴 비프.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가 얘기를 해주면 되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비프가 목격한 것은 아버지 윌리가 바람을 피는 현장. 비프는 아버지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여기며 엇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꿈을 접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비프. 그에겐 세상의 장벽이 높게만 보인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고, 항상 아버지 덕분에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기가 괴롭다.  서른 중반이 되도록 자립을 하지 못하는 비프를 윌리는 넌 할 수 있다고 비프 로오먼이라고 말하며 비프가 일을하지 못하는 이유를 비프가 능력은 좋은데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윌리.

윌리의 환영. 벤
1928.. 1928.. 윌리는 끊임없이 1928이라는 숫자를 되새긴다. 대공황에 맞서 가정을 위하여 달리기만 한 윌리. 그의 큰형은 광산을 찾으러 떠났다.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광산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모험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윌리. 하지만 그에게는 가정이라는 족쇄가 채워져있고, 세일즈맨의 왕이라는 판매왕을 노리며 하루하루를 달린다. 그는 자신의 형 벤을 동경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맏아들 비프를 벤처럼 자립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믿는다. 윌리에게 비프란 자신이 하지못했던 꿈을 실컷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존재이며 로오먼 가문의 영광을 되 살려줄, 벤과 같이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윌리를 끊임없이 구속하는 족쇄 린다. 당신이 제일이야.
비프 너 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아버지가 너흴 위해서 얼마나..
비프와 윌리의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비프를 다그치는 린다. 린다는 항상 윌리에게 당신이 제일이야 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그가 가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끔 만드는 존재이다.
 



저는 쓰레기에요.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쓰레기고요
비프가 커갈수록 계속해서 작아지는 아버지의 뒷모습. 윌리의 등이 유난히 작아져 보인다. 지하실에서 발견한 고무호스를 보고 분노한 비프. 이걸로 자살하시려고 하셨어요? 미치셨군요 이런식으로 도망가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세요?
자신의 버지니아 운동화를 벗어 던지는 비프.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 모든것이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멱살을 잡는다. 격하게 화를 내다가 아버지의 등을 붙잡고 말없이 흐느끼는 비프. 단 한번도 아버지와 진실한 대화를 해본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비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왜 진실할 수가 없을까.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기 힘든, 항상 의지되고 든든한 기둥이기에 어렵기만 하다.

이제 앞으로 몇개월만 집세를 갚으면 자신의 집이 생기고 비프가 자립하기만 하면 윌리의 목표는 성공한 듯 하나 힘겹기만 하다. 자신의 실직과 비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화단을 가꾸며 현실에서 도망가고자 하는 윌리. 결국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하여 자살을 한다.

뭐 어떻든 웃기기만 하면 되겠지 하며 연극을 하는 대학로의 대중극들과 차별된다. 치열함으로 승부하는 세일즈맨의 죽음. 진정한 프로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오시는 길 交通]

(버스, 지하철이용)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하차 -> 6번 출구 -> 2112, 1111, 마을버스3번

성북초등학교 또는 간송 미술관 앞 하차 (지하철역에서 5분소요)

* 지하철역(한성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걸어서 오셔도 좋아요. (15분소요)

(자가용) (성북동100-1번지 B1)

1, 혜화로터리 -> sk주유소와 롯데리아 사잇길 직진->삼거리 언덕으로 우회전서울과학고 -> 언덕을 넘어서면 또 삼거리 : 삼거리에서 바로 정면에 보임

2, 혜화로터리 -> 삼선교사거리 좌회전 -> 약 1,5km 직진 ->우측 일상카페 지하

주차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날짜

2011. 8. 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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